미분양, 그것이 알고싶다 (미분양 뽀개기_#2)

어딜 가도 부동산 이야기가 화제입니다. 그만큼 부동산 뉴스가 잘 팔리는 시대입니다. 요즘은 특히 폭락 뉴스가 베스트셀러입니다. 2015년 이후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대부분의 아파트가 2배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끝 모르고 치솟은 집값에 대한 분노 혹은 하락 반전을 기대하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미분양 뽀개기 첫 번째 시리즈(‘미분양,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재고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의 따로놀음(비동조화)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통제할 수 없는 외부충격이 발생할 경우 신축.구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시장에 냉각기가 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분양이 얼마나 증가해야 신축 구축할 것 없이 대세 하락이 온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데이터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부동산 데이터 vs 주식 데이터

미분양이 알려주는 공포 시그널을 살펴보기 위해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12월로 돌아가 봅시다. 왜 2000년 12월이냐 구요? 그때부터 전국 미분양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통계를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웬만하면 부동산 통계의 탄생 시점부터 살펴보는 것입니다. 잠시 거래량 통계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 통계의 양적 수준을 비교해 봅시다. 올해 삼성전자 주식의 하루 거래량은 1천만 건에서 많게는 2천5백만 건에 이릅니다. 반면, 대한민국 모든 아파트의 1년치 거래량은 역사적으로 평균 60만 건 정도입니다. 부동산 데이터는 양적으로 주식 데이터에 비해 ‘귀여운’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게다가 통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실거래가격’ 데이터의 최초 발표 시점은 2006년으로써 20년이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거래 특성, 그리고 짧은 통계 역사를 고려할 때 부동산 데이터는 양적으로 많이 볼수록, 태초부터 쭈욱~ 살펴보는 것이 시장 전망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주식통계와 부동산통계의 사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2000년 12월 최초 발표된 전국 미분양 통계는 58,550호입니다. 2000년 12월부터 최근 발표된 2022년 1월 통계까지 무려 22년 치의 월평균 미분양을 계산해 보면 약 6.2만 호 수준인데요, 이 숫자는 미분양의 임계점을 알려주는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여기서 임계점이란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분양시장의 반전을 알려주는 미분양 수준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22년간 전국 미분양의 등락 패턴을 살펴본 결과, 미분양 임계점은 6만 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냉각기에 있었던 주택시장의 미분양이 6만 호 밑으로 떨어진다면 분양시장에 서서히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활황기에 있었던 주택시장의 미분양이 급증하여 6만 호를 돌파할 경우 분양시장에 냉각기가 도래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난 22년간의 미분양 역사를 살펴볼까요?

2004년에서 2005년을 맞이하며 전국 미분양은 6만 호까지 단기 급증하였는데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집값 상승률은 2005년 +13%, 2006년 +28%의 폭등세를 이어갑니다

축포를 터뜨리던 재고주택시장과 달리 미분양 지표는 2005년부터 공급과잉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고 있었던 것이죠. 활황을 달리던 주택시장에 흥분된 시행사, 건설사 등 주택 공급주체들이 과도한 분양가를 책정하며 2006년 이후 전국 미분양은 6만 호를 훌쩍 넘어 7만 호까지 치솟기 시작합니다. 전국 미분양이 6만 호라는 레드라인을 완전히 넘어서자 재고주택시장도 움찔하며 2007년 집값 상승률은 +1.8%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악재가 터지게 됩니다. 전국 미분양은 10만 호를 넘어 2009년 역대 최고 수준인 16만 호를 기록하게 되는데요, 2006년 전국을 전염시켰던 과도한 흥분 무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대한민국 부동산을 불황의 터널에 꽤 오랫동안 머물도록 했습니다.

2014년 1월, 미분양은 이미 대세 상승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전국 미분양은 2014년 1월 58,576호를 기록하게 됩니다. 근 8년 만에 미분양의 임계점인 6만 호를 하향 돌파한 것이죠. 그러나 당시 주택시장을 바라보던 전문가의 시각은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2014년의 주택시장을 전망한 당시의 뉴스 기사를 살펴보면, 주택 전문기관은 “수도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기보다는 보합 수준에 등락할 가능성”, “수도권 주택시장은 1% 상승, 지방 주택시장은 1% 하락”의 약보합세를 전망했었습니다. 그러나 긴어둠의 터널을 뚫고 6만호 밑으로 떨어진 미분양은 2014년을 지나 2015년까지 끝을 모르고 감소하며 3만 호 수준으로 급소진되는 기록을 세웁니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회복되자 2015년 40만 호가 넘는 역대급 분양 물량이 쏟아졌고 2016년까지 2년간 무려 80만 호의 막대한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전국 미분양의 물결은 6만 호 안팎에서 찰랑찰랑거리며 임계수준을 지켜냅니다. 그만큼 분양시장의 상승 모멘텀이 강력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공급 억제 정책에 힘입어 2021년 전국 미분양은 역대 최저치인 1만 호대를 기록하게 됩니다.

최근 발표된 21년 1월 전국 미분양은 21,727호입니다. 자극적이고 단기 속보가 필요한 뉴스 매체는 최근의 증가세에만 초점을 두어 ‘폭락의 시작’을 외칩니다. 전국 미분양의 임계점이 6만 호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폭락의 안대가 대중의 시선을 가리고 있을 때 오히려 똘똘한 신축을 쉽게 선점할 수 있는 기회가 가까이 왔음을 직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